[성경과 신학 정보 나눔] 2021 2학기 장학생들에게 드렸던 당부의 말씀
0. 비대면으로 대면했을 때 늘어 놓았던 몇 가지 잔소리들을 정리해둡니다. 바람이야 있지만 간직하고 말고는 각자의 몫이겠습니다. 그리고 이 글에는 화면상으로 다 말씀드리지 못한 것들도 덧붙어 있습니다.
1. 교단 신학이나 교파 신학을 하지 말고 신학을 하시라고 말씀드립니다. 교단/교파 신학에 존중 받아야 할 부분이 있지만 교단/교파 신학이 곧 기독교 신학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히(?) 개혁신학, 개혁파 신학, 장로교 신학, 화란신학, 스코틀랜드 신학, 깔뱅 신학 등에 매몰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자유주의 신학을 하시라는 뜻이 아니라 신학의 자유와 담대함을 가지시라는 뜻입니다.
2. 자신의 전공 분야 외의 다른 신학 분과의 성과물에도 가능한 업데이트된 정보를 가지시는 것이 좋습니다. 새로운 것만이 좋은 것이라는 뜻이 아니라 내 이웃(신학의 동료들)을 시인하자는 뜻이고 그들의 아픈 출산(결과물)을 '우리'의 구원(도움)으로 여길 줄 알자는 뜻입니다. 기독교에서는 우리가 없으면 나는 없습니다.
3. 신학 이외의 방도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시와 소설과 음악을 비롯한 문학과 예술에 의도적으로 부대낄 필요가 있고, 순수 과학과 응용 과학이 가는 길들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학은 기독교의 적이 아닙니다. 그리고 세계(와 한국)의 경제-정치의 기저에 작동하는 핵심적인 동력은 무엇이고 그 방향은 어디인지, '신학을 사용하지 않고' 대답을 해보려고 하면 좋겠습니다.
4. 사랑으로 목회할 것이냐 말씀으로 목회할 것이냐 하는 질문은 서로 길항적이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만큼, 사랑하고 싶은 만큼, 공부하시기를 당부합니다. 교회와 주님을 생명 다해 사랑하신다면 죽/을/ 만/큼/ 공부하시라는 뜻입니다.
5. 그러나!! 또한!! 공부와 신학과 목회 반대편/건너편에도 길이 있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할 수 있는 만큼만 공부하시고, 할 수 있는 만큼만 사랑하시면 됩니다. 메시아닉 콤플렉스와 영웅주의는 자기 자선과 공동체를 심하게 망칩니다. 가장 큰 상처는 자기 자신과 교인들로부터 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자기 자신에게도 너무 실망하지 마시고, 교인들의 배신을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가다가 멈추어도 되고 돌아서서 다른 길로 가도 됩니다.
6. 조금 더 말씀 드리면, 하나님이 나를 목회자로 부르셨다는 고백은 거룩해 보이는 거짓말입니다. 교회사에 '한 때' 사도로 부르심이라는 개인적인 콜링이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콜링은 교회(론)적 부르심입니다(사도로 부르심도 실은 교회론적 부르심입이다). 하나님은 교회를 불러내시고 각 개인은 교회로 부르십니다. 하나님은 우리 개인을 목회자, 의사, 교사 등으로 부르시지 않습니다. 신학을 하시다가, 혹은 더 훗날 목회를 하시다가 그만 두셔도 됩니다. 이 '그만둠'이 실패가 아니라는 것을 수납하셔야 실존적 실패의 삶을 많이 겪고 있는 교인들을 잘 위로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이 여러분들에게도 미리 위로가 되면 좋겠습니다.